LG 퓨리케어 정수기(WS400GW) 자가 설치 후 온수가 안 나올 때, 고장일까요?

 

🛠️ "아끼려다 망했다?" 자가 설치의 뿌듯함이 당혹감으로 바뀌던 순간

이사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정수기 이전 설치? 호스만 잘 연결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얄팍한 자신감이 화근이었을까요. 저는 당근마켓에서 저렴하게 구한 LG 퓨리케어 WS400GW 모델을 들고 낑낑대며 새집 주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며 입수전 어댑터를 연결하고, 튜빙 선을 정리하고, 필터 3개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과정까지는 완벽했습니다.

"됐다!"

전원을 연결하자 '띵띠링~' 하는 경쾌한 기동음과 함께 정수기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냉수 버튼을 누르고 레버를 당기니, 시원한 물줄기가 콸콸 쏟아졌습니다. '역시 나는 기계치거 아니었어'라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졌죠. 테스트를 위해 물을 한참 빼내고, 이제 이사의 피로를 씻어줄 따뜻한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려던 찰나였습니다.

'온수' 버튼을 누르고 레버를 당겼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물이 차갑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예 '무반응'. 물 한 방울조차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방금 전 테스트할 때는 물이 나왔던 것 같은데 말이죠. 온수 잠금 버튼을 3초간 꾹 눌러봐도 잠금이 풀리는 소리는 나는데 정작 물은 나오지 않는 기이한 현상.

"잠깐, 내가 필터를 잘못 꼈나? 아니면 이사 오다가 고장 난 건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AS를 부르면 출장비에 수리비까지, 아끼려던 돈보다 더 나가게 생겼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인터넷에 나온 대로 버튼을 10초간 누르고 레버를 당겨보는 초기화 방법도 써봤지만, 기계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커피 물을 끓여야 하나 포트를 찾다가, 저는 오기가 생겨 드라이버를 다시 잡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 문제 해결의 열쇠: "에어를 빼주세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계 고장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공기(Air)'였습니다. 자가 설치 후 온수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을 해결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인 파악: 필터를 새로 교체하거나 기계를 옮기면 내부 유로와 온수 탱크 쪽에 공기가 가득 차게 됩니다. 퓨리케어 정수기는 안전을 위해 온수 탱크에 물이 일정 수위 이상 차지 않으면 히터 과열을 막기 위해 아예 출수를 막거나 히터를 작동시키지 않는 안전 센서가 있습니다.

  2. 냉수/정수 무한 출수: 온수 버튼을 누르기 전, '정수(미온수)' 모드로 놓고 물을 약 2~3리터 이상 계속 뽑아냈습니다.

  3. 기다림의 미학: 전원 코드를 완전히 뽑았다가 1분 뒤 다시 꼽았습니다. 센서를 리셋하기 위함입니다.

  4. 온수 버튼 재시도: 전원을 켜고 '온수' 버튼을 누른 뒤 바로 레버를 당기지 않고, 약 3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내부에서 가열할 시간과 수위 감지 시간이 필요함)

  5. 해결: 그 후 레버를 당기자 '푸슉, 푸슉' 하는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졌습니다.


📝 왜 갑자기 물이 안 나왔을까?

이 현상은 WS400GW 모델뿐만 아니라 직수형 및 저수조형 정수기에서 흔히 발생하는 '에어 락(Air Lock)' 현상과 '과열 방지 로직'의 콜라보레이션입니다.

  • 초기 테스트의 함정: 사용자분이 처음에 물이 나왔다고 한 것은, 배관에 남아있던 잔수이거나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수로 연결된 라인의 물이 잠시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 물 공급 차단: 필터 3개를 교체하셨다고 했는데, 필터 내부는 건조한 상태입니다. 물이 들어가면서 필터 내의 공기가 밀려나와야 하는데, 이 공기압이 순간적으로 밸브를 막거나, 센서가 "물이 없다"고 인식하게 만듭니다.

  • 온수 출수 불가: 퓨리케어는 온수 탱크(혹은 유로)에 물이 감지되지 않으면, 사용자가 온수 버튼을 눌러도 밸브를 열지 않습니다. 빈 탱크를 가열하면 화재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고장이 아니라 정수기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물을 내보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충분히 정수/냉수를 빼주어 필터와 유로의 공기를 제거하고 물을 채워주는 과정(통수)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온수 잠금 기능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온수 버튼을 3초 이상 꾹 눌러보세요. '띵' 소리와 함께 자물쇠 아이콘이 켜지면 잠긴 것이고, 다시 3초간 누르면 꺼지면서 해제됩니다. 만약 버튼 자체가 안 눌린다면 터치 패널 고장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Q2. 10초 누르고 레버 3번 당기는 건 뭔가요? 

✅ 그건 주로 '기능 초기화''데모 모드 해제' 등을 할 때 쓰는 엔지니어용 혹은 특수 리셋 방법입니다. 일반적인 온수 불량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 수 있으며, 오히려 설정을 꼬이게 할 수도 있으니 전원 코드를 뽑았다 꼽는 '하드 리셋'을 권장합니다.

Q3. 필터 교체 후 물에서 하얀 기포가 나와요. 

✅ 지극히 정상입니다. 새 필터 안에 있던 미세한 공기방울들이 물과 함께 나오는 '백수 현상'입니다. 물을 받아두면 금방 투명해집니다. 약 2~3리터 정도 충분히 물을 빼주시면 사라집니다.

Q4. 온수가 나오긴 하는데 미지근해요.

✅ 퓨리케어 정수기는 순간 온수 방식 혹은 예열 방식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온수 온도를 40도, 75도, 85도 등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설정 온도가 낮게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또한, 많은 양의 온수를 한 번에 뽑으면 뒤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Q5. 자가 설치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입수전 밸브 확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원수 밸브를 덜 열면 수압이 약해 정수기가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호스를 컷팅할 때 단면이 비스듬하지 않고 직각으로 잘려야 누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설치 직후에는 반드시 연결 부위에 휴지를 감아두어 미세 누수가 없는지 24시간 동안 체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