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하이라이트] 배 속의 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 증상 없어 더 위험합니다 (원인, 자가진단, 예방법 총정리)
배 속의 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 증상 없어 더 위험합니다 (원인, 자가진단, 예방법 총정리)
"어제까지 멀쩡하시던 분이 갑자기..." "평소에 어디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었는데..."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안타깝게 듣게 되는 이야기들. 이처럼 건강하던 사람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질환 뒤에는, 증상 없이 조용히 자라나는 '죽음의 그림자'가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 몸의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터져버리는, '복부 대동맥류' 입니다.
EBS '명의'에서도 경고했듯, 복부 대동맥류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파열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통증도, 불편함도 없이 내 배 속에서 시한폭탄이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일단 파열되면, 생존율이 2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소리 없는 암살자'로 불리는 복부 대동맥류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① 왜 생기는지, ② 누가 특히 위험한지, ③ 혹시 나에게도 위험 신호가 있는지, ④ 그리고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 내 몸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건강 정보를 완벽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 1. '복부 대동맥류'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우리 몸의 중심에는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주는 가장 크고 튼튼한 수도관, '대동맥(Aorta)' 이 있습니다. 이 대동맥이 가슴을 지나 배로 내려오는 부분을 '복부 대동맥' 이라고 부릅니다.
복부 대동맥류(Abdominal Aortic Aneurysm, AAA) 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이 복부 대동맥의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정상 직경(약 2cm)의 1.5배 이상(보통 3cm 이상)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말합니다.
시한폭탄에 비유하는 이유: 문제는 이 부풀어 오른 혈관이 종이처럼 얇고 약해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혈압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순간 '펑'하고 터져버리면(파열), 엄청난 양의 출혈이 복강 내에 발생하며 수 분 내에 쇼크 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파열 시 병원 밖 사망률이 50% 이상, 병원에 도착해 응급수술을 받아도 사망률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이것이 바로 증상이 없다고 해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2. 왜 증상이 없을까? 소리 없는 암살자의 특징
복부 대동맥류 환자의 약 75%는 파열 전까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서히 진행: 혈관은 하루아침에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아주 서서히 늘어납니다. 우리 몸은 이 느린 변화에 적응하기 때문에 특별한 통증이나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습니다.
깊숙한 위치: 복부 대동맥은 뱃속 깊은 곳, 척추 바로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커지기 전까지는 주변 장기를 누르거나 자극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혹시 나에게도 해당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배에서 심장 뛰는 듯한 덩어리가 만져짐 (박동성 종괴): 특히 마른 체형의 남성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배꼽 주변을 깊게 눌렀을 때, 맥박처럼 쿵, 쿵 뛰는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강력히 의심해봐야 합니다.
원인 불명의 복통 또는 허리 통증: 대동맥류가 커지면서 주변 신경이나 조직, 척추를 압박하여 소화불량과 비슷한 복통이나 요통(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소화기 질환이나 척추 질환으로 오인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열 직전의 경고 증상: 갑자기 등이나 옆구리, 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면 대동맥류가 찢어지거나 터지기 직전의 매우 위험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1분 1초가 시급하므로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 3. 나는 안전할까? 복부 대동맥류 고위험군
증상이 없는 만큼, 내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 항목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 65세 이상의 남성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복부 대동맥류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4~5배 더 흔하게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 흡연자 (현재 또는 과거): 흡연은 복부 대동맥류 발생의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담배의 유해 물질이 혈관벽에 염증을 일으키고 탄력을 떨어뜨려 혈관을 약하게 만듭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발병 위험이 최대 7배까지 높아지며, 대동맥류의 성장 속도와 파열 위험도 훨씬 빠릅니다.
🩸 고혈압 및 고지혈증 환자: 높은 혈압은 약해진 혈관벽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 대동맥류를 악화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여 혈관벽을 손상시키는 주범입니다.
👨👩👧👦 가족력: 부모나 형제 중에 복부 대동맥류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습니다.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자: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다른 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대동맥 역시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에서는 "65세에서 75세 사이의 흡연 경험이 있는 모든 남성" 에게 증상이 없더라도 평생 한 번은 복부 대동맥류 선별을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 4. 어떻게 발견하고 치료할까? (검사 및 치료법)
다행히 복부 대동맥류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파열 전에 발견하기만 하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1) 진단 방법
복부 초음파: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하며, 정확도 높은 검사 방법입니다. 금식 등 특별한 준비 없이 누워서 5~10분 정도면 대동맥의 직경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시 복부 초음파 항목이 있다면, 의사에게 대동맥도 함께 봐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부 CT (컴퓨터 단층촬영): 초음파에서 대동맥류가 발견되면, 수술 계획 등을 위해 더욱 정밀한 검사를 진행합니다. CT를 통해 대동맥류의 정확한 크기, 모양, 위치, 다른 혈관과의 관계 등을 3차원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치료 방법
치료 여부와 방법은 대동맥류의 '크기'와 '성장 속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추적 관찰 (직경 5.0cm ~ 5.5cm 미만): 크기가 작고 파열 위험이 낮을 때는 당장 수술하지 않습니다. 대신 6개월~1년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크기가 커지는지 면밀히 관찰합니다. 이 시기에는 금연, 혈압 조절, 고지혈증 치료 등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술적 치료 (직경 5.5cm 이상 또는 빠르게 커지는 경우): 파열 위험이 의미 있게 높아지는 시점에는 예방적 수술을 시행합니다.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개복 수술 (인조혈관 치환술): 전통적인 수술법으로, 배를 열고 부풀어 오른 대동맥 부위를 잘라낸 뒤, 그 자리에 인조혈관을 이어 붙이는 방법입니다. 치료 효과가 확실하고 장기적인 내구성이 검증되었지만, 수술 규모가 크고 회복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혈관 내 스텐트 그래프트 삽입술 (EVAR): 최근 많이 시행되는 최신 치료법입니다. 배를 열지 않고, 사타구니 쪽 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삽입한 뒤, 대동맥류가 있는 부위까지 스텐트 그래프트(금속 그물망이 달린 인조혈관)를 운반하여 펼쳐 넣는 방법입니다. 부풀어 오른 혈관 안쪽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원리입니다. 수술 상처가 작고 회복이 빨라 고령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5. 복부 대동맥류 관련 핵심 Q&A
Q1: 배에서 쿵쿵 뛰는 게 느껴지면 무조건 대동맥류인가요?
A1: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마른 체형의 젊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대동맥 박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65세 이상의 흡연 경험이 있는 남성이 이전과 달리 배에서 박동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Q2: 운동을 열심히 하면 대동맥류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A2: 걷기, 수영 등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하고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무거운 기구를 드는 등 복압을 급격히 높이는 고강도 근력 운동은 이미 대동맥류가 있는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운동 종류와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Q3: 아스피린 같은 혈액순환제가 예방 효과가 있나요?
A3: 아스피린이 복부 대동맥류의 발생이나 성장을 직접적으로 억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다만, 동맥경화증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으므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간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Q4: 한번 수술하면 완치되는 건가요? 재발 위험은 없나요?
A4: 파열 위험이 있는 대동맥류 부위에 대한 치료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동맥경화증이라는 근본적인 질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금연과 혈압/콜레스테롤 관리는 평생 지속해야 합니다. 특히 스텐트 그래프트 시술을 받은 경우에는, 스텐트가 제 위치에 잘 있는지,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CT 검사가 필요합니다.
✨ 결론: 아는 것이 생명입니다. 위험 신호에 귀를 기울이세요.
복부 대동맥류는 증상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파열 전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특히 내가, 혹은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65세 이상의 흡연 남성' 이라면, "아무 증상 없는데 뭘" 하고 지나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가까운 병원에서 받아보는 5분짜리 복부 초음파 검사 하나가, 10년, 20년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내 몸이 보내는 소리 없는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배 속의 시한폭탄을 미리 제거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