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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는 게 두려워요'... 배변 시 통증과 출혈, '치열' 증상과 관리법 A to Z
화장실에 가야 할 신호가 오면, 마음속에 반가움 대신 덜컥 두려움부터 앞섭니다. 변기에 앉아 힘을 주는 순간, 마치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항문을 긁고 지나가는 듯한 찢어지는 통증. 그리고 용무를 마친 뒤 휴지나 변기 물에 선명하게 묻어나는 새빨간 피.
이처럼 배변 시의 극심한 통증과 출혈은 일상생활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매일 반복되는 공포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됩니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인터넷을 검색해보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이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는 '치열(Anal Fissure)'이라는 매우 흔한 항문 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치열은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숨겨야 할 질환이 아닙니다.
오늘은 이 지긋지긋한 고통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치열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왜 생기는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통증을 완화하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자가 관리법 4단계, 그리고 어떤 경우에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지, 당신의 편안한 배변과 항문 건강을 위한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매우 중요: 본 글은 항문 질환에 대한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통증이나 출혈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면, 반드시 대장항문외과(항문외과)를 방문하여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찢어지는 고통의 원인, '치열(Anal Fissure)'이란 무엇일까요?
'치열'이라는 단어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치질 치(痔)'에 '찢어질 열(裂)' 자를 씁니다. 즉, 이름 그대로 '항문 입구 주변이 찢어지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정의: 항문 입구부터 항문 안쪽 치상선에 이르는 부위의 피부(항문 상피)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찢어져 상처가 생긴 상태입니다.
쉬운 비유: 마치 겨울철 건조한 입술이 트거나, 종이에 손가락을 베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몸의 피부와 점막 중 가장 연약하고 민감한 부위 중 하나인 항문 주위가 단단한 대변 등에 의해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급성 치열 vs 만성 치열:
급성 치열 🩸: 갓 찢어진 상태의 얕은 상처입니다. 배변 시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휴지에 묻어나는 선홍색 출혈이 주된 증상입니다. 대부분 아래에서 설명할 보존적 치료(자가 관리)만으로 수 주 내에 호전될 수 있습니다.
만성 치열 궤양: 급성 치열이 제때 낫지 않고 반복적으로 찢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 상처가 깊은 궤양으로 변하고 주변에 굳은살이나 피부 꼬리(췌피)가 생기는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가 관리만으로는 호전이 어려워 전문적인 치료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왜 하필 나에게? 치열의 주된 원인들
이 고통스러운 치열은 왜 생기는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변비'입니다.
1. 딱딱하고 굵은 대변 (변비) (가장 큰 원인!) 🧱 치열의 90% 이상은 변비와 관련이 있습니다. 수분이 부족하여 딱딱하고 굵어진 대변이 연약한 항문관을 통과하면서, 항문 점막을 직접 긁고 찢어 상처를 만드는 것입니다.
2. 만성적인 설사 🌊 잦은 설사 역시 치열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묽은 변이 항문샘을 자극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항문 피부가 약해져 쉽게 찢어질 수 있습니다.
3. 과도하게 긴장된 항문 괄약근 ✊ 어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또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해 항문 내괄약근이 과도하게 긴장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항문 통로가 좁고 뻣뻣한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굵기의 변이 통과할 때조차 항문이 충분히 이완되지 못해 쉽게 찢어질 수 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 일단 치열이 생기면, 통증으로 인해 우리 몸은 반사적으로 항문 괄약근을 더욱더 꽉 조이게 됩니다. 꽉 조여진 괄약근은 상처 부위로 가는 혈액 순환을 방해하여 상처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이는 다시 변비를 악화시켜 치열을 재발시키는 '통증 → 괄약근 수축 → 혈액순환 저하 → 상처 악화 → 통증 심화'의 끔찍한 악순환을 만듭니다.
4. 출산 🤰 자연분만 시 태아가 산도를 통과하면서 항문 주변 조직에 엄청난 압력과 손상을 주어, 출산 후 치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5.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 등) 드물지만, 크론병과 같은 만성적인 염증성 장질환이 있는 경우, 장내 염증이 항문까지 이어져 비전형적인 형태의 치열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치열' 자가 관리 4단계
급성 치열의 경우, 아래 4가지 황금률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수술 없이 충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1단계: 변을 부드럽게! 식습관 개선이 최우선 🥬💧
모든 것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딱딱한 변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합니다.
물을 충분히 마셔라: 하루에 1.5~2리터(물컵 8잔 이상)의 물을 의식적으로 마셔, 대변을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식이섬유를 섭취하라: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천연 변비약입니다.
수용성 식이섬유: 물에 녹아 젤 형태로 변을 부드럽게 합니다. (귀리, 보리, 해조류(미역, 다시마), 과일(사과, 바나나) 등)
불용성 식이섬유: 물을 흡수하여 변의 부피를 늘려 장운동을 촉진합니다. (통곡물, 채소(양배추, 브로콜리), 견과류 등)
피해야 할 음식: 과도한 육류 섭취, 인스턴트식품, 밀가루 음식은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 올바른 배변 습관 만들기 🚽
잘못된 배변 습관은 항문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줍니다.
절대 힘주지 않기: 변이 쉽게 나오지 않을 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무리하게 힘을 주는 것은 항문을 찢는 가장 나쁜 습관입니다.
신호가 오면 즉시 가기: 변의를 참으면 대장 속에 변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수분이 계속 흡수되고, 변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최적의 자세 만들기: 변기에 앉을 때, 발밑에 약 15cm 높이의 발판을 두어 무릎이 엉덩이보다 높게 올라오는 자세를 취하면, 직장이 곧게 펴져 훨씬 더 수월하게 배변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5분 이상 앉아있지 않기: 스마트폰이나 책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습관은 항문 혈관에 불필요한 압력을 가해 치질(치핵)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3단계: 통증 완화와 혈액순환의 마법, '좌욕' 🛀
좌욕은 치열 통증을 완화하고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자가 치료법입니다.
왜 효과가 있을까?: 따뜻한 물이 통증으로 인해 꽉 뭉쳐있는 항문 괄약근을 이완시켜 통증을 즉각적으로 줄여주고,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상처 부위의 회복을 돕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좌욕 방법:
대야나 좌욕 전용 용기에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준비합니다. (손을 넣었을 때 뜨겁지 않고 따끈하게 느껴지는 정도)
소금, 소독약, 비누 등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말고 오직 깨끗한 물만 사용합니다. (첨가물은 오히려 항문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엉덩이를 담그고 5~10분 정도 편안하게 앉아있습니다.
하루 2~3회, 특히 배변 직후에 시행하면 가장 효과적입니다.
좌욕 후에는 마른 수건으로 문지르지 말고, 톡톡 두드려 부드럽게 물기를 제거합니다.
4단계: 보조적인 약물 요법 고려하기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변비약/변 완화제: 식습관 개선만으로 변비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약국에서 약사와 상담하여 일시적으로 변 완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의약품 연고: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치질 연고는 국소 마취 성분이나 소염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일시적인 통증이나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이럴 땐 반드시 병원으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의 급성 치열은 위와 같은 자가 관리로 호전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대장항문외과(항문외과)를 방문하여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자가 관리를 2주 이상 꾸준히 했는데도 통증과 출혈이 계속되거나 더 심해질 때
통증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일 때
출혈이 휴지에 묻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변기 물이 붉게 변할 정도로 양이 많을 때
항문 주변이 붓고, 열이 나거나, 고름 같은 분비물이 나올 때 (항문 농양 가능성)
병원에서는 어떤 치료를 할까?
약물 치료: 괄약근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는 니트로글리세린, 딜티아젬 성분의 처방용 연고나, 먹는 약을 통해 수술 없이 치료를 시도합니다.
보톡스 주사: 괄약근에 보톡스를 주사하여 근육을 일시적으로 이완시켜 상처가 아무는 것을 돕습니다.
수술적 치료: 위와 같은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치열의 경우, 과도하게 긴장된 내괄약근의 일부를 살짝 절개하여 항문의 압력을 낮춰주는 간단한 수술(내괄약근 절개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성공률이 매우 높고 재발이 거의 없는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치열에서 나는 피, 위험한 건가요? 대장암 같은 다른 질병의 출혈과 어떻게 다른가요?
A. 치열로 인한 출혈은 대부분 선홍색의 맑은 피가 휴지에 묻거나, 대변 표면에 묻어 나오는 양상을 띠며, 배변이 끝나면 멈춥니다. 양도 많지 않습니다. 반면, 대장암 등 소화관 안쪽의 출혈은 검붉은 색을 띠거나, 대변과 완전히 섞여 검은색 변(흑변)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색깔만으로 자가 진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어떠한 형태의 항문 출혈이라도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Q2. 치열을 방치하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나요?
A. 아닙니다. 만성 치열이 암으로 발전한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만성적인 염증과 통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으며, 드물게 항문 농양이나 치루로 발전할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인데, 이런 증상이 생겼어요. 괜찮을까요?
A. 임신 중 변비나 출산 과정에서의 압력으로 인해 치열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고 변비가 해결되면 저절로 좋아지지만, 통증이 심하다면 임산부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연고나 약물이 있으므로 산부인과나 항문외과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4. 치질(치핵) 연고를 치열에 발라도 되나요?
A. 일부 치질 연고에 포함된 소염, 진통, 국소 마취 성분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치열의 근본 원인인 '괄약근 경련'을 풀어주는 효과는 없으므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병원에서 본인의 상태에 맞는 정확한 연고를 처방받는 것입니다.
마치며: 건강한 배변 습관이 최고의 예방이자 치료입니다.
화장실에서의 고통과 피는, 당신의 몸이 보내는 간절한 신호입니다. "주인님, 지금 당신의 대변이 너무 딱딱해요! 식습관을 바꾸고, 물을 더 마셔주세요!" 라고 말이죠.
오늘 알려드린 4단계 자가 관리법 - ①변을 부드럽게, ②올바른 배변 습관, ③따뜻한 좌욕, ④필요시 보조제 활용 - 을 오늘부터 꾸준히 실천해 보세요. 대부분의 급성 치열은 이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아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치열은 감기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입니다. 만약 당신의 노력에도 고통이 계속된다면, 용기를 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간단한 치료와 수술로 지긋지긋한 고통의 고리를 끊고, 편안하고 상쾌한 아침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